주거시설 은은 [淡淡]
작성자관리자
- 등록일 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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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용도 : 다가구주택
위치 : 경기도 하남시
대지면적 : 333 m²
건축면적 : 165.75 m²
연면적 : 311.57 m²
규모 : 지상3층
사진 : 류준열
은은 [淡淡] : 도시 속에서 머무는 빛의 결을 짓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의 코너 대지에 들어선 「은은 [淡淡]」은 5세대가 거주하는 다가구주택으로, 밀도 높은 도시 속에서도 조용한 정서와 질서 있는 일상을 담아내고자 한 건축적 시도이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 주거의 익명성과 반복성에서 벗어나, 각 세대의 삶의 리듬과 깊이를 포용하는 공간 구성과 절제된 형태 언어를 통해, 도시와 개인 사이의 균형을 꾀하였다.
건물은 외부로부터 닫히지 않으면서도 과하게 개방되지 않은 ‘적정한 여백’을 통해, 거리와의 관계를 섬세하게 다룬다. 1층의 필로티 구조는 도시적 맥락에서의 개방감을 제공하며, 진입부는 과도한 연출 없이도 단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느슨하게 풀어내며, 거주자에게 안정적인 출입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건축물은 다섯섯 개의 세대가 층별, 좌우로 분리되어 있으나, 외관에서는 하나의 매스로 읽히도록 계획되었다. 창호의 크기와 위치는 각 실의 기능과 조망, 채광을 고려하여 배치되었으며, 수직과 수평의 리듬을 조화롭게 구성함으로써 외장재와 어우러진 절제된 조형미를 완성한다. 특히, 밝은 회백색 석재 마감은 미사지구의 정돈된 도시 경관 속에서 튀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갖는 표정을 만들어낸다.
내부는 각 세대별로 동선과 채광이 충분히 확보되도록 구성되었으며, 기능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배치되었다. 주방과 다이닝 공간은 심플한 가구 라인과 따뜻한 목재 마감재를 사용하여 안정된 분위기를 조성하고, 계단실은 천창과 간접조명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그림자의 깊이를 공간 속에 머물게 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淡淡(담담)'이라는 이름처럼, 과장된 건축적 수사 없이 담백한 태도로 도시 속 주거의 품격을 이야기한다. 건축은 기능을 넘어, 삶의 결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어야 하며, 이 집은 그러한 사유 위에 구축되었다. 조용하고 깊은 여운이 머무는 집, 그곳에서 사람들은 일상을 단정히 쌓아간다.